환경부 ‘폐기물관리법’ 추진
석유대체원료 기준 마련
폐동식물유 등 활용 명시화
2027년 30조원 시장 겨냥
3분기중 중장기 전략 발표
실증 운항을 위해 급유 되는 바이오항공유(SAF). [사진 = 대한항공]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에 나서면서 정부가 폐식용유나 폐사료로 만든 항공유 생산 지원에 착수했다. 전세계적인 탈탄소 규제 강화에 따른 항공사들의 부담을 덜고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른 SAF 시장에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9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석유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 기준을 명시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한다.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를 말한다. 기존 제트유(화석연료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어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SAF 산업 선두국가들처럼 한국에서도 폐식용유와 폐동식물유,동물성유지류,유박유잔재물(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폐사료를 사용해 SAF를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동물의 사체나 수산가공물 같은 동물성 잔재물도 사용 가능한 원료에 포함한다.
정부는 주요 국가들이 항공 분야 탄소 감축을 목표로 SAF 사용 기준을 강화하면서 SAF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SAF를 최소 2% 혼합하도록 의무화한다. 혼유 비율도 5년마다 단계적으로 높여 2050년에는 70%까지 올린다. 미국은 2030년까지 항공용 연료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하고 의무화 여부를 논의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2026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한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탄소배출이 적은 SAF를 1%씩 섞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혼유 비율을 2030년까지 최대 5%로 높일 방침이다. 일본도 2030년부터 SAF 10% 혼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AF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5년까지 80억ℓ,2050년까지 4490억ℓ의 SAF 생산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SAF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6억ℓ로 전체 항공유 사용량의 0.2%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SAF 시장 규모가 2021년 1조3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 30조원가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SAF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SAF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바이오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AF가 기존 항공유보다 생산단가가 높은 데다 공급망을 비롯한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3분기 중 ‘SAF 확산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SAF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논의 중”이라며 “해외 주요 국가들의 환경 규제와 탄소 감축 정책도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산업을 육성하지는 못하더라도 SAF 의무화를 통해 생산량을 보장하고 더 비싼 SAF 소비에 따른 손해도 보전하는 투트랙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