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줄어드니 일자리가 없어”…실업급여 70%가 건설업

실업급여 지급자 증가분 1만9천명 중 1만3천명이 건설업종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져...“공공건설 효과,하반기 약화”

경기부진에 건설업 한파가 지속되면서 건설업 종사자의 구직급여(실직급여) 신규 신청자수가 1년 전보다 5000명 가까이 늘었다. 건설업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건설업 종사자 수 역시 1년째 감소하면서 8년 7개월만에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했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건설업 종사자 구직급여 신규신청자수는 1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00명 증가했다. 건설경기 불황 여파에 실업자로 전환해 구직급여를 받기 시작한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건설업 분야에서 구직급여를 받는 실업자는 7만24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 늘었다. 전체 업종에서 구직급여 지급자가 1만9000명 늘었는데 이중 70% 가까이가 건설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6만9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만2000명(1.5%)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업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종합건설업을 중심으로 12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8월~2015년 1월까지 18개월간 감소한 이후 8년7개월만에 처음이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건설업은 지난 6월 수주가 증가했지만 매달 건설공사하고 지급되는 기성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고용 상황이 단기간에 좋아지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건설업 취업자수도 205만7000명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매년 6월은 장마와 폭염을 앞두고 가장 분주한 시기인데,올해는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며 일자리가 급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고용의 상당 부문을 차지하는 건설업 일자리 200만명이 붕괴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 경기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 잇따라 좌초한데다 신규 수주 가뭄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에는 지방 사업장 출장마저도 경비 절감을 이유로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2를 기록해 침체된 건설경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CSB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지방이 60.3로 서울(91.2)보다 한참 뒤쳐졌다. 서울도 안 좋긴 마찬가지지만 지방은 말 그대로 처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신규수주 지수가 전월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66.3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7월 CBSI는 5월보다 다소 개선되었으나 건설경기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지방 뿐 아니라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대기업지수(90.9)와 중견기업지수(60.7)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건설경기는 더 암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공공사업 집행율을 상반기에 집중시켜 그나마 건설경기를 끌어올리려 했는데 하반기가 되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며 “하반기는 건설업 고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노동집약 산업이었던 건설업이 기계화로 인해 예전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떨어졌고,외국인노동자 비중이 많아 내국인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