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얼굴에, 떼어내지 못할 공포가 들러붙는다 [리뷰]

14일 개봉 ‘에이리언: 로물루스’


20세기 최고의 괴수 시리즈


‘에이리언’ 공식 7번째 작품


최고 수준의 공포적 쾌감에


도덕적 딜레마까지 영화화


외신 매체들 대대적인 호평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한 장면. 인간의 안면에 달라붙어 구강에 체액을 뿌리는 페이스 허거의 모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를 단순한 공포영화의 평균대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건,이 영화 시리즈를 45년간 아꼈던 팬들에 대한 모독이다. ‘에이리언’이 20세기 최고의 괴수영화로 자리매김했던 이유는 공포적 쾌감 너머로 비평적 호평이 탄탄하게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선 ‘에이리언’을 괴생명체와 인간조차도 도구화하려는 자본주의 그 자체의 현대적 출현으로 해석했고,또 한쪽에선 남근(penis) 형상의 괴생명체의 힘에 대항하려는 ‘여성 영웅’의 전복적 서사로 보기도 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공식 7번째 영화인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14일 개봉했다. 오래 전 TV ‘주말의 명화’에서 ‘에이리언’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보며 잠들지 못했다면 이번 늦여름 극장가에서 최고치의 공포를 누릴 수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1편,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이리언’ 2편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 삼은 영화로,이번 7편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하고 리들리 스콧이 제작에 참여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개봉 전날인 13일 언론시사회에서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살펴봤다.

때는 2142년,주인공 레인을 비롯한 청년 6인은 식민지 행성을 탈출해 행성 이바나로 떠날 꿈을 꾼다. 의무노동 기간이 끝났는데도 글로벌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가 이들의 체류 기간을 강제로 연장해서다. 이들은 식민지 행성 위에 우주 기지 로물루스가 버려진 채 방치됐음을 알게 된다. 이들은 웨이랜드 유타니 소속 함선 한 대를 훔쳐 로물루스에 접선한 뒤 동면(冬眠)에 필요한 기계를 챙겨 이바나로 9년간 항해할 계획을 세운다. 도착한 로물루스엔 인간 신체를 ‘양분’으로 삼는 괴생명체가 있다.

인간을 숙주화하는 괴생명체(페이스 허거)는 남근 모양의 성기를 인간 구강에 넣은 뒤 체액을 주입한다. 떼어내려 하면 더 강한 힘을 주기에 목이 부러질 우려가 있다. 망설이는 사이,페이스 허거의 체액은 인간 DNA와 결합해 급속도로 성장하는 새 생명체를 잉태시킨다. 웨이랜드 유타니는 괴생명체의 생체활동 과정을 알았고,그래서 이를 채집하려 했다. 레인과 그녀의 친구들은 로물루스에서 무사히 탈출할까.

우리가 감각하는 괴수 에이리언(실제 이름 제노모프)의 최대 공포는 ‘녀석의 신체적 조건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탓에 결코 제거할 수가 없다’는 점에 있었다. 이번 7편에서도 이 설정은 동일한데 제노모프는 산소도 필요없고,먹이도 불필요하며,심지어 미래 해병대 군사용 장총으로 머리통을 박살내도 황산피를 뿌리는 탓에 사살조차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인간의 비명이 행성에 닿지 않는 막막한 우주에선 ‘탈출’만이 인간의 유일한 해답임을 보여준다.

1979년 시리즈 첫 등장 이후 ‘에이리언’의 상징적 인물은 1~4편에서 시고니 위버가 열연했던 리플리 중위였다. 리플리 중위 없이도 이번 7편은 충분히 명작으로 기록될 만한데 ‘여전사’로서의 레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원조 페미니즘 영화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페이스 허거가 인간 남성의 발기된 음경을,또 페이스 허거의 구강 체액 주입은 강제 구강 성교(강간)으로 이해돼서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괴이하고 급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전복시킨다는 점에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 개념을 영화적으로 더 철저하고 치밀하게 구현했다. 레인이 인공인간(합성인간) 앤디를 향해 모성애를 발동시킨다는 점도 페미니즘 영화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보했다.

식민지 자본주의로서의 서사적 구현도 완벽에 가깝다. 웨이랜드 유타니의 원칙은 미지의 생명체조차 자본화하려는 탐욕이었다. 괴생명체를 생포해 물질화하려는 욕심 때문에 이 모든 불행이 벌어졌고,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은유로서 기능했다. 선의로 가득한 인간이 겪는 도덕적 딜레마도 영화 전면에 드러난다. 합리와 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체액에 감염된 동료를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선택은 필수적이지만,선량한 인간은 “동료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앞세우는 감정적 존재다. 따라서 ‘도덕적 딜레마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맞는 인간’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안겨준다는 점도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성취다.

영화 부제인 ‘로물루스(lomulus)’라는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로물루스는 로마를 건립한 초대 왕이었지만 실종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로물루스’란 표현은 중의적인데,새로운 기준(제노모프의 절대적인 힘)을 창시했지만 결국 실종되고야 마는 존재를 의미하는 듯하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 작품인 5편 ‘프로메테우스’와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이번 신작과 완벽하게 연결된 점도 유념해서 봐야 한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아직 다 보지 못했다면 5편인 ‘프로메테우스’를 서둘러 본 뒤 7편을 관람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신작만 보더라도 충분한 공포감을 느끼는 데는 문제가 없다.

버라이어티,할리우드 리포터 등 유명 외신들은 ‘에이리언: 로물루스’ 글로벌 시사회 직후 전 세계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남긴 상찬과 호평을 전했다. ‘에이리언의 아버지’ 리들리 스콧이 감독 페데 알바레즈에게 “(시리즈를) 망치지 마(Don’t Fuck up)”라고 당부했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이 시리즈의 광팬이었던 알바레즈는 스콧의 기대에 충분한 밀도로 부응했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 장면에 등장하는 새로운 혼종적 존재에 관해선 ‘에이리언’ 광팬들과 일반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합당하지만 괴생명체의 진화가 기이할 만큼의 광속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