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늦더위에 진짜 죽겠다”...진땀 흘리는 패션업계, 또다른 고민 있다는데

서울 서남권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실내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가을에 접어든 가운데 푹푹 찌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패션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 역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5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 떨어졌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065억원으로 7.0% 감소했다.

한섬도 2분기 영업이익이 30% 감소한 4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영업익이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영업이익(13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통상 의류업계의 성수기는 가을·겨울 시즌이다. 제품 단가가 봄·여름 의류와 비교해 높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 간절기 의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 역대급 더위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여전히 긴팔보다는 반팔을 찾고 있는 가운데 가을 신상품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9월 폭염이 발생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기록된 9월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19일 기준 6일이다.

올해 서울 합계 폭염일수는 33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2018년이 35일로 1위,1994년이 29일로 3위다. 최악의 폭염이라고 불린 1994·2018년과 막상막하다.

밤사이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는 올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열대야 일수 47일로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록적인 더위에 백화점,마트 등 실내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으나 패션 부문 매출은 오히려 저조했다.

현대백화점은 8월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패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스포츠 상품군의 매출 신장률(5.3%)과 비교하면 저조한 신장률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여성복,남성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패션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 분위기 속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면서 의류 소비가 제일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인기 브랜드들도 역시즌 세일로 재고 털이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