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쥐면 부서질 것 같은 … 사랑의 이중성 담은 설치작

청담동 지갤러리 그룹전


우한나 '마마 피아노' 전시

우한나 '마마 피아노'(2024)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 여성의 가녀린 손이 손가락으로 바닥에 놓인 연약한 알을 감싼 채 버티고 있다. 한 손톱으로는 알을 향해 있던 독 품은 꽃의 숨을 끊어놨고,얼마나 힘을 줬는지 검지는 변형될 정도로 눌려버렸다. 손등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았다. 알을 보호하려는 그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공격적이다. 우한나 작가의 조각 '마마 피아노(Mama Piano)'(2024)는 자식을 보호하는 어미의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는 자식을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주는 존재다. 하지만 그 사랑이 왜곡될 경우에는 언제든 자식을 가장 은밀하게,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 작가는 그 미묘한 이중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피아노를 칠 때 흔히 손가락 모양을 손에 계란을 쥐듯 하라고 한다. 균형감을 유지하라는 말인데 작품에서도 이런 긴장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작품을 보니 검지의 힘에 알이 살짝 눌려 있다. 이 손이야말로 알을 쉽게 부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젊은 여성 작가들인 신디 지혜 김과 우한나,대드보이클럽(이상민·한선우)의 그룹전 'Two-side Love(양면적 사랑)'이 다음달 23일까지 지갤러리에서 열린다.


대드보이클럽 비디오 작품 'S/Z'(2023)는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조각가 S(남성)와 성별이 특정되지 않은 청소부 Z의 대화를 통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폭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S는 Z가 여성임을 확신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향기를 맡고 왔어요. 조화롭게 뻗은 우아한 꽃잎들,손때가 타지 않아 순수한 꽃자루,관능적인 암술머리,사랑받고자 스스로를 다듬는 꽃받침. 그대가 바로 나를 구원할 그 전설 속 아름다움이야." 작품은 여성을 흔히 꽃에 비유하는 사회적 편견을 꼬집으면서 개인의 인격을 배제하는,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비판한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인 신디 지혜 김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과 감각,기억을 회화로 풀어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조차도 어딘가 우울하고 섬뜩하다. 김 작가는 "일부러 의도하고 그렇게 그렸다기보다는 내면과 무의식에 쌓인 감정이 표출된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