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에서 발견한 광기와 욕망

단색화가 김춘수 개인전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김춘수 '울트라-마린 2413'. 리안갤러리

"울트라마린에는 다른 파란색에 없는 약간의 광기 같은 게 있어요. 거기서 저는 욕망을 본 거죠."


전시 공간을 전부 파란색 캔버스로 가득 채운 단색화가 김춘수(67)는 형광을 떠올리게 하는 쨍한 청색의 '울트라마린' 연작이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의 '울트라마린' 신작 10여 점을 선보이는 '김춘수 개인전: 砥柱中流 지주중류'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전시작들은 1980년대부터 작가가 이어온 푸른색 계열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모두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린 단색화로,장갑 낀 손으로 캔버스 위에 얇게 물감을 쌓아 올려 독특한 질감과 깊이감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해 선보였던 '울트라마린'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일렁이는 윤슬처럼 표현된 마티에르(표면의 질감)가 한층 더 강조됐다.


'울트라마린'(2024) 연작은 얼핏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밀도와 구성으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펼친다. 예컨대 '울트라마린 2416'은 캔버스가 촘촘하게 채워져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반면,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진 '울트라마린 2421'은 이보다 더 성기게 칠해져 파도가 부서지는 얕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다만 김 작가는 작품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파란색이다 보니 어떤 분은 여기서 바다 물결 같은 걸 보실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분의 마음이고 사실은 그냥 물감이 칠해져 있을 뿐"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 그림들은 내가 만든 게임이나 페이크 같은 것이다.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한번 같이 생각해봅시다' 하고 유도하는 일종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즉 그림을 통해 욕망과 같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