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0번” 자동화에 사라지는 콜센터 직원들…금융취약층 불편 커져

콜센터 신규채용 30% 감소


0번 직접 연결도 어려워

은행·카드사의 고객센터 대표번호로 전화한 후 ‘0’번을 누르면 콜센터 상담사와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챗봇,ARS 등이 이들 상담사를 대체하면서,소비자가 상담사와 직접 대화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뺑뺑이’를 돌고 있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직원 신규채용이 약 2년 만에 30% 가량 감소했다. 2022년 1360명이었던 콜센터 상담직원 연중 신규채용 규모는 2023년(1524명) 증가했으나 올 8월 말 기준 962명까지 추락했다.

이렇듯 은행 등 금융권이 콜센터 직원 수를 줄이고 있는 배경엔 상담 과정에서의 디지털 기기 도입이 있다. 금융권은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콜센터 고객상담에 앞다퉈 AI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지난해 말 고객센터 업무를 맡던 콜센터 용역업체를 줄이면서 상담사 200여명이 해고위기에 놓여 시위에 나서는 등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전원 고용 승계를 약속하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인력을 AI가 대체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사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관련 인력을 줄이면서 상담사와 소비자와의 접점을 점점 줄이고 있다. 한 카드사의 경우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8번을 누른 후 0번을 눌러야만 한다. 이를 두고 상담사와 연결 과정을 복잡하게 만드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AI가 아닌 상담사와의 소통 창구가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 부문의 AI 활용으로 인한 피해 및 부작용을 최소화해 AI 활용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지원’과 ‘규제’ 관련 제도적 보완 논의가 균형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