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만난다면서요”...계엄 끝났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재계 걱정 한 가득

[사진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 곧 만난다면서요.”

“반도체 특별법은 물 건너갔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계엄 정국’이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으나 계엄 후폭풍 정국에 빨려들며 재계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정국마저 불거져 내년도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그룹들은 윤 대통령의 기습 계엄령 선포 여파로 환율 급등,대외 신인도 하락 등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삼성과 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사업을 주로 하는 계열사들은 아침부터 해외 바이어들을 안심시키느라 진땀을 뺐다”며 “환율 등 시장 동향 역시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왼쪽부터),천하람 원내대표,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의 관세 폭탄 예고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이미 국내 기업들은 비상 경영이 한창이다. 그런 상황 속 갑작스럽게 불거진 계엄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즉 투자자들 사이 한국 증시 혹은 기업가치가 다른 시장과 해외 기업들보다 저평가 받게 돼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국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국가 핵심 수출 품목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민관 협동이 절실한 상황.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 이같은 협동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 미국의 통상 압력 등에 대해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전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외교가 불가능해진다면 관련 기업들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인의 취임 이후 최대한 이른 시기에 한미동맹 강화 등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추처 = 연합뉴스] 시급한 경제 현안 처리 역시 뒷전이 될 경우 그만큼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도체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1일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연구개발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예외조항을 놓고 야당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도체 지원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갈려있는 상황에서 국회서 논의조차 해볼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며 “반도체는 결국 지원,투자가 핵심인데 자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은 글로벌 기업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력망법’ 역시 국회 통과가 더 요원해졌다.

한편,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윤 대통령이 위기 돌파를 위해 ‘도박’에 나섰지만 되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향후 회담을 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워싱턴과 백악관을 방문할 기회가 아마 또다시 주어질까? 현재로선 그럴 것 같지 않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