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없는 시대 온다" 플레이북으로 위기 대응

LG전자 조주완의 특명

LG전자를 이끄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을 상대로 '중국·소비 트렌드·시니어'라는 화두를 던진 까닭은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산 제품은 종전 저가 제품에서 기술력을 갖춘 고가 브랜드로 위상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청소기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산 로보락은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향후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관세를 인상할 경우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하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이 제3국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


또 조 CEO는 소비 트렌드가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유지가 필요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는 직접 판매(D2C)나 구독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대응을 주문한 상태다. 아울러 그는 인구구조 변화 역시 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 중 19%인 973만명에 달하는 만큼 고객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특히 시니어 고객별로 건강·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인 만큼 획일적인 잣대가 아닌 다각도의 분석과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CEO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구성원 소통 프로그램 'CEO 펀(F.U.N.) 토크'에서도 임직원에게 기민한 대응을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질서와 규칙이 없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위기일수록 성장 기회를 발견하는 데 집중하며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대내외 변화에 대비하고자 전문가들과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이에 대응하는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플레이북은 스포츠에서 특정 상황에 따라 실행해야 할 전략을 정리한 책을 가리킨다.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적기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