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K팝, 한국선 J팝…연말 음악축제 韓日 대통합

에스파 등 12팀 후지TV 출연


NHK 홍백가합전엔 K팝 6팀


MBN '한일가왕전' 日서 제작


KBS가요대축제는 후쿠오카서


韓 MMA서 J팝 요아소비 수상


SNS 타고 실시간 문화교류


새해에도 공연교류 활발할 듯

일본 후지TV FNS 가요제에 출연해 올해 히트곡 '수퍼노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에스파. 방송 캡쳐

올해 방송가를 달군 '한일 대통합' 양상이 연말 가요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MBN '한일가왕전'에서 추억의 일본 노래가 그대로 전파를 탔고,우리나라 K팝·트로트 가수들이 잇달아 일본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그해 가장 사랑받은 가수와 음악을 소개하는 연말 가요 축제에도 일본에선 K팝이,한국에선 J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FNS가요제에는 에스파,뉴진스,르세라핌,아일릿,동방신기,스트레이키즈,엔하이픈,NCT드림,라이즈,투어스,트레저,김재중 등이 대거 출연했다. 과거에도 동방신기,방탄소년단(BTS),세븐틴 등이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지만 한 해에 많아야 3~4팀 수준이던 규모가 올해는 12팀으로 훌쩍 늘었다. 한일 합작 그룹 니쥬(NiziU),제이오원(JO1),아이엔아이(INI)까지 15팀이다.


새해 전날 방영되는 일본의 유서 깊은 가요제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K팝 가수도 지난해 7팀에 이어 올해 6팀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유지했다. 올해는 트와이스,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JO1,미아이(ME:I)가 나간다. 이 방송은 음반 판매량·스트리밍·공연 등 수치와 전 국민 대상 여론조사로 출연자를 결정하기에 한국 가수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돼왔다. 1987년 '가왕' 조용필을 시작으로 계은숙,김연자,보아,동방신기 등이 출연 계보를 이어왔다.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 'J팝 페이보릿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J팝 듀오 요아소비의 축하무대. 멜론 엑스(옛 트위터)

일본작곡가협회에서 주최하는 '빛난다! 일본 레코드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K팝 그룹도 다수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연말 방송사 시상식이 활발하지 않은 대신 협회 주관 시상식이 오랜 전통과 권위를 갖는다. 올해는 대상 후보 격인 우수작품상에 뉴진스 '슈퍼내추럴(Supernatural)'과 JO1 '러브 시커(Love seeker)'가,신인상에 아일릿이 올랐다. TXT는 특별상,르세라핌은 특별국제음악상에 선정됐다.


교류는 상호적이다. 국내 연말 축제·시상식에 일본 가수가 서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에선 J팝 스타 요아소비가 'J팝 페이버릿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인기곡 '아이돌'(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주제가) 등도 불렀다. 음원 플랫폼인 멜론의 스트리밍 성적을 토대로 수상자를 정하는 만큼 국내 음원 시장에서 J팝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아소비는 지난 7~8일 총 2만6000석 규모의 내한 단독 콘서트도 마쳤다.


KBS 가요대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일 양국에서 열린다. 먼저 일본 후쿠오카 미즈호 페이페이돔에서 14~15일 양일간 공연을 사전녹화해 19일에 방송하고,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여는 '가요대축제 글로벌 페스티벌'은 180분간 생중계한다. KBS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K팝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다는 글로벌 팬들의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1~23일 국내 최대 가요 시상식 MAMA 어워즈의 주무대도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이었다.


양국의 문화 교류 열풍은 연말 연초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4일엔 일본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가 국내 대형 아레나급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을 매진시켰다. MBN '한일톱텐쇼'에서는 일본 '눈의 꽃' 원곡을 부른 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촬영 분이 조만간 방영될 예정이며,내년 1월엔 MBN과 후지TV가 협력해 만든 한일가왕전 일본 버전 '노래여왕 일한결전'이 전파를 탄다. 1월에 아이돌 나니와단시,2월엔 밴드 미세스 그린애플 등 일본 가수 내한 공연도 잇따라 열린다.


일제에 대한 역사적 반감,이로 인해 일본 문화를 배제하던 방송가의 '왜색 논란'이 점차 변화한 데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장벽 없는 교류가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는 "한일 양국 대중이 실시간으로 문화를 공유하고 동시에 향유하는 시대가 됐다"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노출도가 높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