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멈추고, 공장 쪼개 팔고… '석화 빅4' 버티기 말곤 방법 없다

LG·롯데·한화·금호 등


올 1~3분기 영업손실 5천억


비핵심사업 팔아 유동성 확보


전문분야 경쟁력 제고 안간힘

◆ 위기의 석유화학 ◆


벼랑 끝에 놓인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의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과는 별개로 이미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에 돌입한 상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 '빅4'는 누적 영업손실이 50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위기설의 중심에 섰다. 이번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면 반등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빅4는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구조조정을 불사하며 경영진 교체부터 설비 매각,인력 재조정 같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군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위기 돌파 동력을 찾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자산 매각과 함께 생산 공장의 가동 속도를 조절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중이다. LG화학은 나주공장의 알코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2026년 글로벌 양극재 생산 목표량을 기존 28만t에서 26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배터리 소재 투자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LG화학은 공급은 과잉 상태인데 수요가 적어 수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분야를 해소하기 위해 신사업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 분야에 투자해 향후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재활용 시장에서의 경쟁력 선점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산업 청산과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서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지분을 투자한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을 청산한 데 이어 12월부터 여수 제2공장의 일부 생산시설 가동도 중단했다. 최근 롯데케미칼 회사채 채권단을 대상으로 특약 사항 변경을 통해 재무적 부담을 일부 덜어내기도 했다. 회사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스페셜티를 중심으로 한 주력 제품군의 중심축 이동도 내년에 롯데케미칼이 성취해야 할 대표적 과제 중 하나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범용 제품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가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초고압 케이블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회사만의 특화 제품 생산을 늘리고,이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에 강점이 있는 고무 분야를 바탕으로 전기차용 타이어 소재 제품을 개발하고,특화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발 과잉 공급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범용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안전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무작정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만 키우는 것도,범용 플라스틱 제품을 포기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며 "결국 범용 플라스틱 생산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 가며 스페셜티 제품군이 그만큼 성장해주는 균형감 있는 전략이 기업단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