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배터리까지 잠식당할라”…테슬라 ESS배터리는 中업체가 싹쓸이

中EVE에너지 2026년부터


테슬라 메가팩토리에 공급


CATL·BYD 이어 세번째


중국이 독점한 LFP배터리


LG엔솔·삼성SDI 기술투자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감소)을 넘어서는 돌파구로 주목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우려로 위축된 국내 배터리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7일 이차전지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 이브(EVE)에너지는 테슬라와 공급계약을 맺고 2026년부터 미국 내 테슬라의 ESS 기기 ‘메가팩’ 생산공장인 메가팩토리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테슬라가 ESS 사업 부문에서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기업은 중국 이차전지 1~2위 업체인 CATL과 BYD가 유이하다. 중국 기업 3곳이 사실상 테슬라의 ESS 배터리를 독점하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테슬라에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현재 글로벌 이차전지 기업들은 캐즘으로 인한 전기차 배터리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ESS 시장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ESS 배터리 시장 대부분을 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가격이 싸고 배터리 안정성이 높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ESS 특성에 LFP 배터리가 부합하는 것이다. ESS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가 80%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1~5위는 CATL과 BYD를 포함해 중국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점한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성능이 좋아 전기차 배터리로는 적합하지만 ESS 시장에선 외면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ESS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력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구축해온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계가 시장 부진으로 인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며 곳곳에서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이 펼쳐지는 구도다.

실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들어 LFP 배터리 투자 강화에 나서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각종 비용 축소를 주문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와 비용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면서도 LFP 배터리 연구개발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5월 미국에서 한화큐셀에 4.8GWh 규모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시작으로 총 3건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사장 확대에 몰두 중이다.

삼성SDI 역시 ESS 시장 공략을 위한 LFP 배터리 사업 진출을 공표했다. 삼성SDI는 지난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최근 LFP 셀 검증을 마치고 제품·설비·콘셉트를 확정해 울산 사업장에 라인 구축을 시작했다”며 “각형 폼팩터의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국에 LFP 배터리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온 역시 2026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LFP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무엇보다 북미 ESS 시장 성장세가 돋보이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6억9200만달러 규모였던 미국 ESS 시장은 2023년 75억5900만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2025년에는 82억61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삼원계 배터리 연구개발에 대한 기술 투자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국내에선 LFP 배터리 투자를 늘리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특히 중국에선 정부 지원을 포함해 여전히 대규모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반면 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계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