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미래포럼 ‘트럼프2기 대응 세미나’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초청
“韓 소부장 기업,中 수출 못하면 희망 없어”
17일 소부장미래포럼이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美 신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윤식 기자]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물자 규제 품목을 잘 피해서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가능하면 반도체 소부장은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분위기예요. 한국 소부장은 중국 수출을 못하면 다 죽을 수 밖에 없어요(이종수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사업부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계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의식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중국 수출 전체를 막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소부장미래포럼이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진행한 ‘美 신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모임인 소부장미래포럼이 정부 통상 관계자를 대상으로 미국 수출 규제 범위 내의 정상적인 중국 수출에 대해 보장해달라는 요청이 나온 것이다.
이날 세미나는 오는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계가 정부 통상 정책 담당자로부터 앞으로의 미국 통상 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에 대해 보편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까지는 보편 관세에서 ‘보편’이라는 말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보편 관세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에 대해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칠레의 경우 모든 (외국) 상품에 대해 6% 관세를 매긴다”라며 “미국이 FTA 체결 국가에 보편 관세를 매길까 하는 부분이 저희(통상 당국)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야다”라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앞으로 미국이 추진할 보편관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대중 관계와 관련해 “미중 관계는 좋아지긴 어렵고 얼마나 악화될 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일부 동맹국을 제외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이 사실상 미국의 AI 칩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 규제 방안도 거론했다.
정 본부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업들의 기회요인으로 미국 정부의 ‘후발국 기술추격 지연’을 꼽았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들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생각은 달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완성품 제조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소부장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제한되면 직격탄을 입는다는 취지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반도체 소부장은 천수답 비즈니스라 반도체 기업이 투자할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라며 “소부장은 (반도체 공장 설립)초기 시장 선점하지 못하면 성공 못 한다. 중국이 초기 시장인 상태라 상대적으로 진출이 쉬운데 미국 때문에 못 들어가면 대한민국 소부장은 희망이 없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한국 소부장 기업의 미국 수주는 중국 수주에 비해 한참 모자란데 왜 우리가 미국 때문에 중국에 수출 못하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빗물에 의해서만 물을 받아서 벼를 재배하는 논처럼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할 때에만 수익이 가능한 구조인데,현재 반도체 공장을 대량으로 늘리는 중국에 대한 한국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수출이 전면 제한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종수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사업부회장도 “미국 기업들이 한국 소부장 기업 제품을 사줄리 없다”라며 “한국 소부장 기업들은 (미국이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전략물자는 잘 피해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반도체 소부장은 중국 수출을 가능하면 하지 말라’라고 한다”며 관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정부가 민간 기업에)중국 시장을 포기하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이 금지 수준으로 제재하는 분야는 할 수 없다”라며 “바뀐 (국제 통상)상황에 기업하시는 분들도 적응을 해야 한다. 미국 조치에 맞게 법도 바뀌었는데 법에 반하는 비즈니스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