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좋을때 차익" 달러·엔화예금 썰물

"치솟던 달러 이젠 천장" 예상


올들어 달러예금 34억弗 빠져


엔화 오르자 예금 1조엔대 깨져

시중은행에서 주요 외화예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급증하던 달러예금은 최근 '트럼프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급속도로 위축됐다. 향후 엔화 강세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엔화예금도 줄고 있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11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총 603억달러(약 87조원)로 지난해 12월 637억달러(약 92조원)에서 5%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200억엔(약 9조9868억원)에서 8884억엔(약 8조6983억원)으로 12%가량 줄었다. 시중은행에서 외화 수신의 양대 축인 달러와 엔화가 모두 단기간에 급감한 것이다. 달러예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무역전쟁이 확산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미국 중심주의 경제 정책'에 따라 미국 시장이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갈 땐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이 5%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이 갖는 부작용이 더욱 부각되면서 달러예금을 인출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었다.


아울러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세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도 달러예금 이탈에 일조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지난해 말 1470원까지 폭락하며 올해 1500원 선도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최근 1450원대에서 안정세를 찾은 모양새다.


엔화예금 감소도 엔화값 급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말 1조1112억엔이었던 엔화예금 잔액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올해 2월 말 1조엔대가 깨졌다. 같은 기간 100엔당 원화값은 920.87원에서 961.82원으로 급락했다.


외화예금이 현재 속도로 감소하면 최악의 경우 은행은 기업에 내줄 외환대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은행이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어야 기업의 급전 요구에 대응하는데,외화 수신 잔액이 줄어들면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워지는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내주기 어려울 정도로 외화예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어지간해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은행은 외화채 발행 등으로 달러와 엔화를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시급한 문제는 단기 유동성 지표인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다. LCR은 은행에 위기가 닥쳐 돈이 빠져나갈 때 현재 은행이 보유한 자산으로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예수금,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비율로 산출하는데 금융당국은 은행이 외화 LCR을 80% 이상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