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화성 등 국내 공장 물량
전년비 64% 크게 늘리기로
EV3·EV4·EV5 본격 양산
국내 EV 생산비중 15% 돌파
PBV는 2만대로 보수적 목표
현대차그룹 내에서 전기차 대중화의 중추를 맡고 있는 기아가 올해 국내 공장에서만 전기차를 20만대 넘게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로 출시 첫해부터 유럽 시장에서 유의미한 판매량을 보인 EV3의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1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5년 사업계획설명회를 진행하고 이 같은 올해 국내 공장 생산 계획을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광명·화성·광주공장 등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물량은 20만4250대다. 이는 지난해 생산대수인 12만4057대에 비해 64% 증가한 수치로,올해 전체 생산량 목표치인 135만8600대의 15%를 넘는다. 지난해 기아의 국내 공장 전체 생산물량 중 전기차 생산대수의 비율은 9% 남짓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고 있지만,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인 현대차의 2023년 전기차 생산 비중은 1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기차 생산대수의 빠른 증가세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들의 본격적 양산에서 기인한다. 2025년 생산 계획에 따르면 광명공장에서 생산하는 EV4는 2만8100대,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EV5는 2만500대로 잡혔다. 기아는 '2023 기아 EV데이'를 통해 보급형 전기차 시리즈 EV3,EV4,EV5 등 3종을 공개한 바 있다. EV5는 2023년 중국에서 이미 판매를 시작했고,EV3는 지난해 국내에 출시했는데,올해는 이들 차종을 모두 국내 생산 물량에 추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양산대수를 늘려 나간다는 전망이다.
생산 물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차종은 EV3다. 생산 계획에 따르면 올해 EV3는 국내 공장에서 8만1100대를 생산한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인 4만8973대에서 65% 늘어난 수치로,볼륨 모델인 K5의 지난해 생산량 10만3742대에 근사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첫 해외 시장인 유럽 시장에 출시한 EV3는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글로벌 판매량이 5만대를 넘어섰다. 스페인 시장에서는 중국 BYD의 초저가 전기차 '돌핀'을 판매량에서 앞서며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EV3의 인기에 힘입어 EV4,EV2로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2025 기아 EV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4의 유럽 판매량 목표치를 연간 8만대로 제시했다. 유럽 시장 판매가격이 3만유로(약 4700만원)로 예상되는 EV2의 연간 유럽 판매 목표치는 10만대 이상이다. 기아는 이들 모델을 국내와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는 첫 PBV(목적기반차량)인 'PV5'의 올해 생산 계획 물량을 다소 보수적인 2만2300대로 잡았다.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EV9'의 국내 생산 목표대수는 2만750대로,지난해 생산량(2만3448대)보다 12%가량 줄었다. 형제차인 현대차 '아이오닉9'의 출시에 따른 판매 감소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아 노조는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의 국내 생산 물량을 3만8650대로 계획했다. 이는 중형 세단 K8의 지난해 생산대수(3만4000여 대)보다 많다.
[박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