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코리아 자문단 제언
미국 화이자 R&D 비용 年17조
韓바이오 전체연구비 3배 넘어
인수합병으로 혁신기회 만들고
정부도 기술·인재 육성 지원을
매일경제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 자문단은 "반도체 뒤를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은 바이오가 유일하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비전코리아 자문단은 레드·화이트·그린바이오 분야 국내외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돼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의 K바이오 필승 전략 수립을 도왔다.
이들은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바이오 패권국과 경쟁하려면 해외에서 통하는 기술·인프라스트럭처·인재를 갖추는 게 필수"라며"정부 규제를 파격적으로 없애고 인수·합병(M&A)을 촉진해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원로인 이병건 지아이바이오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전체 연구비를 합쳐도 1년에 5조원이 되지 않는데,미국 화이자는 연간 연구개발(R&D)비로만 17조원을 쓴다"며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투자를 이끌려면 제도 혁신과 해외 벤처 투자 유치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한국은 데이터 기반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제조업 강점을 살려 오가노이드(인공장기) 등 첨단 기술 체계와 융합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산업에서 내수와 수출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기업인 니드(NEED)의 윌 폴킹혼 대표는 잠자는 의료 데이터를 깨워 적극적으로 상용화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질의 의료 데이터 활용도를 높여 환자 맞춤형 솔루션을 강화하면 '빅5'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기초연구소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모르데카이 셰베스 석좌교수는 산학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파괴력 있는 신기술은 의외성에서 나온다"며 "신약처럼 부가가치가 큰 바이오 산업에서는 내부 R&D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협력을 강화해 혁신 기회를 넓히는 게 유용하다"고 전했다.
화이트·그린바이오 지원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SK리비오의 양호진 대표는 "재활용이 어려운 기저귀나 일회용 물티슈,생리대 등 위생재에도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산업 생태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일부 품목에 대해 생분해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일 등 농작물을 활용해 항노화 제품을 만드는 씨에스컴퍼니의 김성환 대표는 "그린바이오는 레드바이오에 비해 아이디어가 풍부한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용이한 시장"이라며 "융합 산업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늘려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정환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