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 “세계 유망 작가들 작품만 엄선”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 인터뷰


오는 10일 VIP 프리뷰 개막


세계 20개국 41개 화랑 집결


참여 갤러리·작가 다양성 높고


판매 위주 대형 아트페어 탈피


소장품전 등 특별 전시도 눈길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개인 수장고 쇼룸의 소장 작품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아트 오앤오(ART OnO)의 모토는 ‘Young and Fresh,but Classy(젊고 신선하되 세련된)’입니다. 미술 시장에서 막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탁월한 작품들만 엄선해 선보이겠다는 거죠. 그게 우리 아트페어만의 색깔입니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국내 상반기 최대 규모의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ART OnO)의 설립자인 노재명 대표(35)는 10년,20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출품작의 신선함과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아트 오앤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트 오앤오를 갤러리와 작가,컬렉터,미술계 관계자,일반 대중까지 누구에게나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아트 오앤오는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이달 1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3일까지 개최된다.

대학생 시절이던 2007년 무렵부터 20년 가까이 컬렉터로 활동해온 노 대표는 “1년에 15번 정도는 해외 아트페어에 작품을 보러 나가는데,어느 순간부터 나오는 작품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서로 다른 아트페어에서 세 번 연속 같은 작품을 본 적도 있다”며 “그만큼 대형 아트페어에서는 블루칩 작가,유명 작가의 작품이 주로 나온다. 세계 곳곳에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아트 오앤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트 오앤오는 지난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대부분의 대형 아트페어는 100~200개가 넘는 갤러리들 부스가 다닥다닥 붙어 경쟁적으로 작품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아트 오앤오는 40개 안팎의 갤러리만 초청해 각 부스를 하나의 ‘전시장 속 전시장’처럼 꾸밀 수 있도록 공간을 널찍하게 구성했다. 덕분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갤러리스트들과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여유가 있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신진 작가들 작품과 블루칩 작가들 작품이 한 데 어우러지고,3년 미만의 신생 갤러리부터 에스더쉬퍼·마시모데카를로 같은 글로벌 화랑까지 폭 넓게 참여한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올해 아트 오앤오에는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세계 20개국 41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노 대표는 “쉽게 말해 참가 갤러리의 국적이 두 곳 중 하나는 다르다는 뜻”이라며 “참여 작가들의 국적도 다양한데,전현선 작가(갤러리2·에스더쉬퍼)를 제외하고는 갤러리들끼리 겹치는 작가가 없다. 40여 개의 갤러리가 나오지만 실제 작품의 다양성은 일반적인 아트페어에서 70~80개 갤러리가 내놓는 수준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팝 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이카이키키 등 이번 아트 오앤오를 통해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갤러리도 8곳에 달한다.

출품작의 장르나 매체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회화,조각은 물론 설치,영상,미디어아트 등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도 대거 나온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주로 대형 조각·설치 작업을 해온 백정기 작가의 작품을 일반 가정집에서도 충분히 소장할 수 있는 크기로 선보이고,태국 방콕의 SAC 갤러리는 태국의 젊은 작가 사리나 사타폰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펼칠 예정이다. 갤러리들의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일례로 일본 갤러리 토미오 고야마는 서울 동묘에서 직접 오래된 가구를 구입해 한국의 1970~1980년대를 콘셉트로 전시 부스를 꾸민다.

노 대표는 “무작정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보다는 각 갤러리의 프로그램과 작가들을 잘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좋은 작가 풀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갤러리들을 초청했다”며 “기존 아트페어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작가가 한정적이었던 갤러리들도 반기는 분위기였고,지난해 판매 실적 역시 첫 해임에도 대부분 괜찮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워 놀랐다”며 “올해는 작년 아트페어를 보고 새롭게 참가를 희망하는 갤러리들 문의가 많았는데,참가 갤러리 수는 기획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아주 천천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 전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주원 큐레이터가 기획한 특별전 ‘Sensorium: Back to Play’가 대표적이다. 작가 3명이 셰프와 협업해 관람객이 맛볼 수 있는 음식 형태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김희근 전 한국메세나협회장(벽산엔지니어링 회장)과 윤영준 이젤 대표 등 컬렉터들의 소장품들로 꾸며진 전시 부스도 펼쳐진다. 전시장 한편에 설치되는 최수앙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도 판매와는 무관한 전시로 관람객들을 색다르게 맞을 예정이다.

노 대표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미술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컬렉팅에는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황기에는 갤러리나 작가,작품을 따져보기도 전에 빨리빨리 거래가 이뤄지지만 지금 같이 차분한 시장 분위기에서는 좋은 작품을 더 유리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장기적으로 컬렉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물론,처음 컬렉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도 지금 같은 시기가 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8년 간 젊은 작가들 작품 수집에 열중해온 그는 “이미 블루칩이 된 작가들 작품도 물론 좋지만,이제 막 도약 단계에 있는 신진 작가들의 신선한 작업에 더 흥미를 느낀다. 한번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사고 나면 다음,그 다음 작업들도 꾸준히 컬렉팅하는 편인데 작가가 성장하면서 시기마다 작품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며 “그 중에는 시간이 흘러 블루칩 작가가 된 작가도 있고,작업을 중단한 작가도 있지만 그런 시장 가치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어떤 작품은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좋아서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