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혁 HMM 대표이사
브라질 산토스 등에 인프라 확보
해운얼라이언스와 공동 투자 모색
SK해운 벌크선 인수 여부 신중히 판단
반드시 민영화 … 통매각은 어려워
◆ 비즈니스 리더 ◆
글로벌 해운시장을 둘러싼 격랑의 파고 속에서 한국 해운업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선장이 나섰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최원혁 전 LX판토스 사장(65)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CJ대한통운,LX판토스 등 물류 현장을 두루 거치며 국내 최고의 물류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특히 2015년부터 8년간 LX판토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면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경영 효율화를 비롯한 성과를 바탕으로 매출 2조원대이던 기업을 10조원대 규모로 성장시켰다. 2019년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을 맡아 국내 물류산업 발전과 정책 제언에도 앞장섰다.
그는 HMM을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해운사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전략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로 평가받는다. HMM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물론 민영화(정부 지분 매각)와 SK해운 인수라는 대내외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쉽지 않은 시기에 중임을 맡은 그가 그리는 HMM의 미래와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해운 터미널과 컨테이너화물집하장(CFS)을 비롯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HMM은 미국 서안을 포함한 주요 항만에 전용 터미널이 없다. 전 세계에 8개 터미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쓸 만한 곳은 많지 않다. 거점이 될 만한 해외 주요 항구,예를 들어 브라질 산토스 같은 곳에 미리 투자해야 한다. 다만 터미널 확보에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해운 얼라이언스와 공동 지분 투자,항만공사와 협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터미널 역시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해 향후 진해 신항 등에 신설 터미널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민영화 시도가 불발됐다.
▷민영화는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HMM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공공 지분을 한꺼번에 단일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 70%가 넘는 대주주 지분(한국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율 합계 약 71.7%)을 한 번에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10조원이 넘는 인수 자금(현재 정부 지분가치 12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영화는 정부와 대주주 간 협의를 거쳐 방향성이 결정될 사안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공공과 민간의 균형을 맞춘 독일 해운업체 하파크로이트(세계 5위 해운사,공공·민간 공동운영) 모델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지분을 일부만 매각한 뒤 민간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인데,이렇게 하면 공공성과 경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산업 안정성과 국가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올해 1월 SK해운 벌크선 등 일부 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현황은.
▷아직 실사 결과를 들여다보지 못한 만큼 현시점에서 인수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슈는 인력과 노조 문제다. 그동안 사모펀드가 운영하며 임금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에,인수가 성사되면 임금 인상 요구 등 노사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수자가 해운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인력 구조를 무리하게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월 이후 실사 결과를 직접 확인한 뒤에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로 미·중 물동량이 줄어들 조짐인데 대응 전략은.
▷아프리카,중동을 비롯한 신규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는 케냐,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물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노선이 부족하다. 인트라아시아(아시아 내부 단거리 항로) 시장은 국내 중소 선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HMM이 취약한 부분이다. 유럽·남미 등 신규 노선 개발도 고민하고 있다.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소형 선박 투입,현지 파트너십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 개편 계획이 있는지.
▷현장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에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복지와 조직문화를 갖춰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판토스에서 8년간 일하며 직원 간담회와 소통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꾼 경험이 있다. 당시 복장 자율화,불필요한 야근문화 개선,직원과의 직접 소통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3년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일하고 싶은 회사로 바뀌며 1등 DNA가 자리 잡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최원혁 대표 △1960년생 △1984년 성균관대 응용통계학 학사 △2013년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부사장 △2015~2023년 LX판토스 대표이사 △2019~2023년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 △2025년 HMM 대표이사
[정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