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배우 신구·박근형…‘K-컬처의 뿌리가 되다’ [Culture]

‘꽃할배’,‘대학로 방탄노년단’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을 얻을 정도로,오랜 연륜과 진심을 통해 청년들에게 공감 어린 울림을 전하는 배우 신구와 박근형. 두 거장이 청년들을 위한 뜻 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오는 5월 13일 열리는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기부 공연은,청년 연극인들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두 배우는 “마지막 앙상블로 펼칠 우리의 무대가,‘자신만의 고도’를 찾아 나서는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배우 신구,배우 박근형(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배우 신구·박근형의 마지막 앙상블 무대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배우 신구,박근형이 주연을 맡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이다. 국내 공연은 2023년 12월 서울 국립극장을 시작으로,이듬해 앙코르 공연과 전국 21개 도시 투어까지 총 102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대한민국 연극계의 한 획을 그었다. 신구와 박근형 배우는 각각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 역할을 맡았다. 두 배우의 열연과,그 감동의 여운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THE FINAL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는 5월 9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울 공연)에서 관객들을 맞는다.특히 이번 공연은 연극사를 대표하는 두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함께하는 ‘고도를 기다리며’ 마지막 무대로 알려지며,관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관객들의 성원에 신구 배우는 “이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무대뿐”이라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근형 배우 역시 “무척 즐겁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결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관객 여러분께 이토록 큰 사랑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신구,박근형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메인포스터(사진 제공 (주)파크컴퍼니)청년 연극인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지난 4월 23일,‘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기자간담회에 배우 신구(89),배우 박근형(85),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참석,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 공연을 기획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2025년 5월 13일(화) 오후 7시,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 하루 진행되는 이번 기부 공연은,두 배우의 뜻에 따라 19~34세 청년 관객을 위한 특별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두 배우는 출연료 없이 참여하며,이날 공연의 티켓 수익금 전액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는 청년 연극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또한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한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함께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모았다. 기부 공연 종료 후에는 배우 최민호(그룹 샤이니 민호)가 재능기부로 모더레이터를 맡고,두 배우와 오경택 연출자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배우 신구,박근형(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기부 공연을 기획하게 된 취지에 대해 신구 배우는 “연극계는 과거도 지금도 열악하기 마찬가지다. 그러던 중 이번 ‘고도를 기다리며’가 전석 매진이 되었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젊은 연극인,창작진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형 배우 역시 “‘고도를 기다리며’는,신구·박근형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저희는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연극과,연기 생활을 하려고 한다. 계기가 된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을 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Q&A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배우 신구·박근형,아르코 정병국 위원장Q 이번 ‘고도를 기다리며’가 두 분이 함께 하시는 마지막 무대라고 들었다. 왜 함께 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작품 소개와 말씀 부탁드린다.
-박근형 “노년의 배우로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실험적인 면도 있었다. 이 연극은 각기 해석이 다르지만,다른 표현 속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한 점을 관객들이 많이 호응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이를 계기로 뭔가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신구 형님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Q 청년을 위한 기부 공연의 탄생 계기는 무엇인가. -박근형 “앞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102회 차 전석 매진(전국 21개 도시 투어)을 했다. 관객들께 더 좋은 공연을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우리 배우들에게도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청년 연극인들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동료들이 함께 호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용기백배하고 있지만,어떻게 될지 기대가 크다.”-신구 “우리 연극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젊은 청년들이 연극을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조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 신구(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뜻깊은 기획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했는데.

-아르코 정병국 위원장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제작을 맡은 파크컴퍼니에서 ‘신구,박근형 선생님께서 기부 공연을 하시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오셨다. 저희들의 입장에선 두 배우께서 좋은 연극을 해주시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데,거기에다 젊은 연극인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뜻을 어떻게 기려야 할까 고민했다. 그 결과 청년들을 초청해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오게 되고,또한 두 선생님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Q 공연 수익이 전부 ‘연극내일기금’으로 쓰인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인가.

-정병국 위원장 “이 기금을 시드 머니로 해 ‘연극내일기금’ 펀드로 조성하기로 했다. 모은 성금을 씨앗으로,또 다른 공연 등에서도 릴레이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캠페인을 할 생각이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은 두 선생님의 뜻에 따라,학교 교육을 벗어나 젊은 연극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선생님들과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 커리큘럼을 짜고,선생님들이 젊은 연극인들을 위한 멘토가 되는 장(場) 또한 마련하고자 한다. 두 선생님의 뜻이 젊은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금을 운영하려고 한다.”

Q 이번 기부 공연의 경우 티켓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되었다.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고전이 젊은 관객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근형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 연극이라 해서,실체가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삶과 비슷하다. (이런 점이)젊은 층에게도 공감도가 높다고 느꼈다. 청년들에게 희망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연극계도 바탕이 튼튼해야 무언가를 이뤄내는 데 앞장서서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앞으로도 청년들과 그런 식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구 “이 연극을 젊은 관객들이 많이 호응을 해주었는데,그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봤다. 젊은 층이 우리 사회 부조리,불합리한 일들을 겪으며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부 공연이 비록 출발은 미미하지만,끝은 창대하기를 바란다.”

배우 박근형(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기부 공연을 마친 후 (샤이니)민호 씨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 이런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게 된 이유,또한 후배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으시다면.

-박근형 “청년(예술인)들이 마음을 열고,우리 연극계를 위해 좀 더 활발히 참여를 해줬으면 좋겠다. ‘K-컬처’의 시작에는 연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 고갈된 연극,우리 자원이 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기부 공연에서 젊은 관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저희가 (프로젝트를)시작을 했지만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희망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

Q 연극내일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가기를,또 연극계에 어떤 울림을 남기길 기대하는가.

-박근형 “저희가 활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이런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다행히 파크컴퍼니,문화예술위원회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앞으로 진행해주시길 믿고 있다. 저희의 미미한 힘은 저희 동료들,또 흥행 중인 연극과 제작사엔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모두 감사 드린다.”

-신구 “기부 공연을 하자는 얘기를 시작했지만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몰랐다. 그런데 파크컴퍼니,문화예술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젊은 창작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 너무 고마웠고 좋았다. (이번 프로젝트가) 좀 더 발전해 실질적으로 젊은 연극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체가 되었으면 한다.”

-정병국 위원장 “두 선생님께서 이런 기부 모형을 만들어주시는 것은 저희에게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국민들이,연극 팬들이 좋은 연극을 봄으로써 얻어지는 수익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주시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뜻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거고,이렇게 만들어진 기금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명실공히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해 귀하게 쓰도록 노력하겠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2024) 공연 사진(제공 (주)파크컴퍼니)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파크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9호(25.05.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