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사의 눈물 간과…홀로코스트 생존자 고통 외면

[사진출처=픽사베이]

“피 한 방울로 아이 살리려던 엄마의 비극,AI는 이해 못 해”


코넬대 얀 부르츨라프 박사 논문…인간 역사학자 역할 역설


MS “AI가 역사학자 대체” 보고서 뒤집는 연구 결과 주목

일곱살 아이를 둔 엄마는 목이 타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깊게 베어 물었다. 피 한방울이라도 흘려 아이에게 축여주기 위해서다.

1940년대 나치 독일 대학살(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루이사 D.는 일곱살이던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증언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만한 이야기였지만 이 내용은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역사책 속에서는 수락되지 못했다.

AI가 역사학자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인간 역사학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주장이 등장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가 발표한 ‘생성형 AI의 직업적 영향’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 1위는 통역사·번역가이며 2위는 역사학자였다. 당시 연구에서는 역사학자들의 업무활동 중 91% 수준을 AI가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등장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코넬대학교의 독일 나치 전문가 얀 부르츨라프 박사는 생성형 AI인 챗GPT에게 1995년 라파스,크라쿠프,코네티컷에서 녹음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요약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I가 주요 사건 이면에 담겨있는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복잡성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르츨라프 박사는 “일례로 홀로코스트 생존자 루이사 D.의 증언을 AI가 누락했는데,이 누락만으로도 인공지능 시대에 역사학자가 왜 필수적인지 알 수 있다”며 “역사 저술가들은 AI에게 부족한 기술,특히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포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역사 저술이 기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충분히 역사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르츨라프 박사의 논문은 15일 테일러&프랜시스그룹에서 출판하는 역사 학술지인 ‘역사 재고(Rethinking Histor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닫는 게 학계의 평가다. AI가 역사가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관점을 식별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이 역사를 왜곡하거나,루이사 D.의 사례처럼 홀로코스트와 같이 사건의 본질을 희석 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적한다.부르츨라프 박사는 “AI는 본질적으로 역사속 인물들이 감정적 수준에서 겪었던 고통의 정도를 무시했다.AI가 현대사에서 가장 극심한 인간 고통의 사례인 홀로코스트 증언에서 흔들린다면,더욱 미묘한 역사도 왜곡할 것”이라며 “매끄러운 요약과 정리 방식으로는 윤리적 무게를 보존해야 하는 의무를 다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AI는 패턴과 빈도,근접성에 의존한다.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피해야 한다”며 “본질적으로 역사가로서 우리는 ‘기계를 능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기계와 전혀 다른 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