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의 수다
부밍바이 팟캐스트 지음,최종헌 옮김
글항아리 펴냄,2만5000원.
대규모 민주화 시위였던 1989년 '천안문' 항쟁 이후 중국을 둘러싼 오래된 의문이 있다. 공산당의 일당 독재에 왜 중국인들은 오래도록 저항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심의 1인 체제가 정립된 이후 물음표는 점점 힘이 세졌다.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독재에 복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흔해졌다.
뉴욕타임스(NYT)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위안 리가 기획한 팟캐스트 프로젝트 '부밍바이'에서 진행된 좌담과 인터뷰를 묶어 출간된 '저항의 수다'는 이 같은 중국인들을 둘러싼 통념을 부순다. 디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상인,개인의 자유를 침탈 당해 분노한 청년 등 본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중국에 저항의 불꽃이 살아 있음을 알린다.
부밍바이 팟캐스트는 2022년 중국의 무자비한 코로나19 봉쇄 한가운데 시작됐다. '제로 코로나'라는 도그마에 빠진 당국의 '묻지마' 봉쇄로 인해 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자영업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된 채 길거리로 내몰렸다. 중국인은 "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고 절망했다. 위안 리도 쉽게 답을 못했다. 그래서 부밍바이 팟캐스트를 기획했다. 부밍바이는 중국어로 '도무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책은 코로나19 기간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일을 시민들의 입을 빌려 폭로한다. 가명이나 익명의 인터뷰가 진행될 때도 있었지만,간혹 실명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단순히 중국 정부의 실정에 대한 항의뿐 아니라 체제를 직접 겨냥하는 저항운동의 한가운데에서도 시민들의 목소리는 흘러나왔다. 해외 블로그를 운영하며 중국 정부를 비판해온 인터넷 기술 전문가 롼샤오환이 당국에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은 과정은 그의 아내가 팟캐스트에 출연하면서 폭로됐다. 2022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며 중국 전역으로 번진 '백지운동'에 참여한 이들도 팟캐스트에 출연해 보고 겪은 일을 전했다.
당국은 팟캐스트를 일찌감치 차단했지만 메시지는 더욱 퍼져나갔다. 중국 시민들은 우회접속하는 방법으로 팟캐스트를 내려받아 가족,친구,연인들과 공유했다. 감시와 검열이 일상인 중국에선 위험천만한 일이었음에도 시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제작자들은 본토 중국인들을 위해 팟캐스트 내용을 글로도 제공했다.
책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의 좌담도 담겼다. 팟캐스트 출연자들은 제로 코로나를 1958년 '대약진운동'에 비견하며 이성을 잃은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한편,"중국이 민주화되지 않고서는 호시절은 오지 않는다"란 반체제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학자,전문가,시민들의 경험과 의견을 담은 책은,체제에 순응한 것 같은 중국인들이 사실 완전히 침묵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