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으로 그린 일상 … 놀이처럼 펼친 회화

우손갤러리서 이명미 개인전


"그림이 작가 괴롭혀선 안돼"


규범 벗어난 자유분방함 눈길

이명미의 'Flowerpot'(2025). 우손갤러리

단색화의 전성기이던 1970년대,원색 위주의 강렬한 색채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가 있다. 이명미(76)다. 그는 동물과 식물 등 일상의 사물을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회화를 이어왔다.


우손갤러리는 서울과 대구에서 이명미 개인전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를 열고 있다. 지난해 이인성 미술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명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는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주제와 생각이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작가의 작업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1970년대 단색화가 한국 화단을 이끌 때도 그는 빨강,파랑,노랑 등 생명력이 가득한 원색을 택했다. 젊은 시절 스펀지,불,비닐 등 파격적인 재료를 실험하던 그는 다시 회화로 돌아와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놀이(pla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최근 성북동의 우손갤러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림이 작가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며 즐거움과 자유를 기반으로 한 작업 태도를 강조해왔다. 그는 캔버스를 벽에 거는 대신 바닥에 눕혀놓고 사방을 돌며 작업한다. 정해진 위아래 없이 화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셈이다.


화면 곳곳에 배치된 텍스트와 기호들도 눈길을 끈다.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실존적 물음부터 '언젠가는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등 내밀한 감정까지 볼 수 있다. 글자는 도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시각 언어가 된다. 작가는 영문자와 한글을 혼용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 전 작품을 잘라 새 작품에 콜라주한 시도도 돋보인다. 서울에서 선보이는 'Landscape'는 1990년에 그린 작품을 오려 신작에 붙였고,대구에서 전시하는 'Follow me'는 2000년도 작품을 활용했다. 과거의 이명미와 현재의 이명미가 공존하는 셈이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