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들의 10분 기립박수에 감동"

오페라 '투란도트' 연출한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 대표


"아버지 프랑코가 연출한 역작


영화처럼 극적이고 환상적"


19일까지 잠실 KSPO돔 공연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에 선 피포 제피렐리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 대표. 이충우 기자

"제 아버지 프랑코 제피렐리는 '투란도트'로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공연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여 기쁩니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연출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1923~2019)의 장남 피포 제피렐리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 대표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페라를 존중하는 한국 관객들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며 "첫 공연이 끝나고 10분 동안 박수를 치는 모습에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의 냉철한 공주 투란도트가 정혼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타타르국의 왕자 칼라프가 이 문제를 풀며 진실한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를 그린다. 12일부터 내한 공연 중인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프로덕션은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중국풍 의상 등으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연출한 3개의 '투란도트' 프로덕션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베로나의 고대 로마 경기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다. 길이 65m에 달하는 무대를 베로나 아레나가 아닌 곳에서 그대로 옮겨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의 매력으로 섬세한 연출을 꼽았다. 그는 "아버지는 작품의 전체적인 연출뿐 아니라 무대 구성부터 소품,의상 디자인까지 오페라의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연출가였다"며 "'투란도트'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무대의 장막부터 소품의 밥알 하나하나까지 그의 세심한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미감을 살리는 오페라 연출가로 이름을 날렸다. 오페라 '아이다' '토스카' 등 70여 년간 120여 개의 작품을 연출했고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끝없는 사랑'(1981),'햄릿'(1990) 등도 연출했다.


'투란도트'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특히 애정을 가졌던 작품 중 하나다. 피포 제피렐리 대표는 "아버지가 테이블에 앉아 '투란도트'에 대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디자인을 그렸던 적이 있다"며 "그때 구상한 디자인을 무대에서 재현할 때 조명과 동선 등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고칠 것이 하나도 없던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9세부터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제자이자 직원으로 일한 피포 제피렐리 대표는 50세 무렵 뒤늦게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에게 입양됐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이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주고 싶어했지만 친부모가 있는 피포 제피렐리 대표가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피포 제피렐리 대표는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을 운영하며 그의 작품 공연을 기획하는 것 외에 그의 작업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그의 오페라 제작·연출 기법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피포 제피렐리 대표는 "프랑코 제피렐리는 환상적인 작품들로 오페라 발전에 기여한 특별한 연출가"라며 "많은 한국 관객이 프랑코 제피렐리의 '투란도트'에서 감동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 '투란도트'는 1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공연된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