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구멍 또 기금으로 돌려막기…청약통장 자금까지 손댄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작년 적자


법인세 예상보다 14조 덜 걷혀


주택·공공자금 기금 총동원


"세수결손에 사용 맞나" 비판


지방교부금도 2년 연속 줄어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비상

◆ 세수펑크 혼란 ◆


2년 연속 세수 추계에 실패한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주택도시기금,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14조~16조원을 '영끌'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에도 56조4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해 외평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을 동원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법인세가 14조5000억원 덜 걷히고,소득세가 8조4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의 주축을 지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예상 부족분에 대한 재정 대응 방안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외평기금을 4조~6조원 동원하는 대목이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불안정할 때를 대비해 한국은행에 원화와 달러로 쌓아두는 기금이다.


외평기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율 방어가 안 돼 국내 경제 전체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관리를 요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외평기금의 재원 활용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외평기금 사용에 대해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밝혀 왔지만 결국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외평기금에 돈을 덜 주는 방식으로 재정 확충에 나섰다.


물론 외평기금의 재원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기금 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외평기금 예산 140조원 중 투자,예치 등에 활용되는 여유 자금 규모는 81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디딤돌대출(구입자금),버팀목대출(전세자금)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재원으로 활용되는 주택도시기금을 2조~3조원 끌어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들이 청약통장에 불입하는 돈을 세수 펑크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정은 줄일 수 있는 9조7000억원 중 6조5000억원만 유보했다. 지자체 평균 통합 재정자립도가 48.6%에 그치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에 법정 감액 비율보다 더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차년도까지 정부는 교부세·교부금을 덜 줄이는 방식으로 정산하게 된다. 조삼모사와 같은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2년 연속 지방교부세 감액으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올해 지방교부세 감소 추정액만 각각 757억원과 915억원에 달할 전망이어서,내년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20%대 재정자립도에 그치고 있는 의정부시도 비상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지방교부세 감액에 따른 재정 충격은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보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집행 관련 정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 방식을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를 통한 공영개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지방교부세 감소에 따른 지자체 충격을 줄이기 위해 차관 주재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행안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지자체 보유 가용 재원을 적극 발굴·활용해 달라"며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사업 등에 대해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역임한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을 더 걷어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기금 활용 외에 마땅한 수단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했지만 올해가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적자성 국채 발행을 늘리는 추경에 대해 회의론이 많다.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 없이 가용 재원만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상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채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여유·가용 재원을 최우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결단"이라며 "추경을 하게 될 경우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문지웅 기자 / 우성덕 기자 / 지홍구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