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부르는게 값'… D램시장 비중 8%→30%

가격 올려도 내년까지 완판


공정 복잡해 낮은 수율 단점

◆ 삼성전자 HBM 속도전 ◆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집중하는 까닭은 인공지능(AI) 학습·추론 시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 분석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HBM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8%에서 2024년 21%로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3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HBM 판매단가는 일반적인 D램인 DDR5보다 5배 비싸다"면서 "GPU가 학습할 데이터가 늘면서 용량(GB·기가바이트)이 큰 HBM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HBM 칩에 대한 수요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D램의 전체 생산능력이 제한돼 있어,생산 기업들이 내년도 물량의 가격을 5~10% 인상했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실적 발표에서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했고,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다니엘 오 삼성전자 부사장(IR팀장)은 "HBM 고용량 제품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고,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 매출이 전 분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HBM 메모리칩의 총 데이터 처리 용량(비트 수)에서 차세대 칩인 HBM3E 비중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트렌드포스는 "AI 클라우드 센터에서 차세대 HBM 제품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며 "2025년 HBM 총 비트 수요의 약 80% 이상이 HBM3E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숙제는 있다. HBM은 메모리칩을 여러 층 쌓아 올리기 때문에 공정이 복잡하다. 특히 메모리칩을 수직으로 적층(3D 스택)할 때,칩과 칩 사이를 연결하는 수직 통로 역할을 하는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트렌드포스는 "TSV의 수율은 현재 40~6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품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절차인 이른바 '고객 인증(퀄)' 역시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트렌드포스는 "12단 제품이 내년 하반기에는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메모리 기업들이 12단 제품 생산을 늘릴 경우,HBM2E나 HBM3와 같은 구형 모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