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안, 또다른 단통법 되나

제조사 보조금 신고 의무화에


영업비밀 침해·사업 차질 우려


과방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가계 통신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른바 단통법이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폐지 법률안을 의결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전망이다.


단통법 폐지안은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 지원금 상한을 없애고,선택약정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내용이다. 단말기 판매 사업자 간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을 복원해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취지의 법안이지만,의도와는 정반대 효과를 내는 독소조항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가 판매장려금 지급 현황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단말기 제조사 판매장려금 관련 정보를 정부에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는 '영업비밀 침해'에 속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사가 제품에 대한 선택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의약품을 제외하면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은 대부분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간다"면서 "유통업체는 판매장려금을 재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를 끌어모으는데 제조사에 얼마나 지급했는지 신고하라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경쟁력 악화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전체 보조금 40만원 가운데 제조사 보조금이 20만원이라면 소비자들은 20만원이 거품이라 여길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보조금만큼 출고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제조사 지원금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제'는 2014년 도입됐다가 2017년 일몰된 이후 폐지된 법안"이라며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는 경우 제조사가 오히려 보조금을 줄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또한 보조금 경쟁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단말기 보조금 대신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도입 당시와 달리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같은 신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에 얼마나 매달릴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