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피아니스트 김다솔
10대에 만나 어느덧 30대 중반
"신뢰 있으니 연주때 자유로워"
2012년 첫 듀오 무대 후 14년째
5월 서울·부산·통영서 콘서트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 이승환 기자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피아니스트 김다솔(36)은 '말이 필요 없는 사이'다. 고향도 같은 부산에,10대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에서 만난 이후로 20여 년 동안 절친이다. 일상에서도 음악 얘기를 주로 나눈다는 이들이 8년 만의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으로 다음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3일 부산,11일 통영에서 관객과 만난다. 2012년,2014년,2017년에 이어 지난해 포항국제음악제,올해 전국투어까지 듀오 공연을 함께하고 있다.
20대엔 각자 독일에서 유학하며 음악계에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분투했고,30대 중반이 된 지금 세계적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고민을 나눈다. 김영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일원으로,김다솔은 스위스 에르넨 음악제 예술감독이자 트리오 마빈 등으로 활동하며 각각 한예종,서울대 교수가 됐다.
김다솔은 "오랜만에 함께하는 공연을 앞두고 2012년 첫 듀오 무대 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성장해온 모습을 공연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느낌"이라고 했다. "게다가 둘 다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 입장이 된 후에 여는 첫 듀오 리사이틀이에요. 우리가 멈추지 않고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다솔)
14년 전 첫 공연은 김영욱이 먼저 제안했다. '뭔가 계획하거나 생각할 때 가장 첫 번째로 생각나는 게 다솔'이라 따로 이유랄 것도 없었다. 이후 꾸준히 합동 공연을 여는 것도 '말이 필요 없이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너무 신기하게도 다솔이와는 연주하고 싶은 음악이나 작곡가에 관한 해석,음악적 결이 비슷해요. 어릴 때부터 음악적 지향점이 같았죠."
두 사람은 인터뷰 중에도 서로의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감을 표했다. 김다솔이 "영욱의 무대엔 지금 당장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몇 년 지나 미래에 들었을 때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한다는,그런 생각을 하는 힘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영욱은 "어? 완전히 맞는 표현"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이번 공연 선곡에도 이견은 없었다. 바로크 시대에서 영감받은 스트라빈스키의 신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 절정기인 슈만의 후기작,이어 20세기 전쟁의 상흔이 담긴 풀랑과 프로코피예프까지 다양한 시대와 주제를 아우르는 네 곡을 골랐다. 이 중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이 가장 먼저 선곡됐다. 김영욱은 "열 살 무렵,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곡인데 막상 커서 연주하려니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엄두가 안 났다"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도전한다"고 했다. 김다솔은 "논리를 뒤로하고 감성을 부끄럼 없이 표현하는 음악"이라며 "요즘 말로 '돌직구'나 '급발진'하는,연주자도 청자도 그렇게 느낄 곡"이라고 소개했다.
진지한 답변을 하다가도 김영욱이 "'돌직구'는 우리 때나 쓰던 말이지 이미 유행이 지난 것 아니냐"고 농을 치는데,두 사람 다 이렇다 할 '요즘 말'을 못 꺼내는 것도 닮았다. 김영욱은 "학생들이 '선생님,무슨 말인지 모르시죠?'라며 가르쳐주기도 한다"며 "최근엔 '원영적 사고'(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 사고방식)라는 말을 배웠다"고 했다. K팝 문화에 어두운 김다솔은 여전히 긴 설명을 필요로 한다. 김다솔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 음대에 초청 강사로 있다가 올해 3월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정식 부임했다. 김영욱도 2022년부터 한예종 교수를 맡고 있다. 김다솔은 "가르치면서 많이 배운다"고,김영욱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던 얘기도 자주 했는데 둘 다 꿈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
꾸준히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은 무대에서도 완벽한 합을 자신한다. 김영욱은 "서로 너무 편하고 어떤 호흡으로 연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안다. 전 다솔의 피아노에 완전히 딱 붙어서 의지하며 연주한다"고 했다. 김다솔은 "저도 마찬가지"라며 "둘이 무대에 서면 더 자유롭다. 서로 신뢰가 두터우니 더 과감한 표현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신 없을 지음(知音)이니,이번 공연이 끝나도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둘은 "당장 다음 프로젝트가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을 것 같다"며 "우리도 우리가 어떻게 커갈지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주원 기자]